요즘태권도장, 합기도 도장...그냥 다 무술도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원글을 쓴 분은 관장님이신 거 같은데...글 잘 읽었습니다. 

무술도장이므로 무술도장의 본분에 맞게 무술을 가르치려하는 생각에도 찬성하고, 요즘 보기드문 관장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술수련을 자신감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좋지만, 학교폭력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술을 배우는 걸로 자신감을 키워서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무술수련과 학교폭력의 가해,피해관계를 연결시키는 것은 학교폭력의 본질이나 해법과는 관계가 없기도 하고,

혹시 관계가 있어도 그렇게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다가 무술을 배워 못된 학생들을 혼내주고 자기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에서 벗어나고 정의의 사도가 되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당사자만의 이야기고, 학교폭력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죠. 가정형편으로 무술도장에 못 가는 학생들은 어떻게 합니까? 피해자가 무술을 배워 가해자를 혼내면, 가해자도 무술을 배워 피해자에게 보복을 하는 폭력의 악순환조차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금 비약하면, 전부 총을 들고 다니면, 서로 총을 쏘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랑 같습니다.




따라서, 학교폭력과 무술도장과의 관계는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좋고, 효과를 보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무술도장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저의 아이 둘을 태권도장에 보냅니다. 한 달에 13만원..둘을 보내니 26만원입니다. 이외에도 잊어버릴만하면

토요일날 에버랜드, 롯데월드 간다고...여름에는 1박2일 캠핑 간다고, 봄,가을에는 도장에서 하루 자는 무슨 슬립오버인지 한다고...돈 내라고 합니다. 두 달에 한 번 심사비, 1년에 한 번 국기원비도 냅니다. 국기원비는 국기원에서 하는 거에 비해 비쌉니다. 국기원 가 보면 장사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스키장 간다고 또 돈 내라고 하죠. 여기는 원글에서 언급된 게임이나 하고 노는 태권도장입니다. 태권도장이라기보다는 무슨 노는 클럽 같은 곳이죠. 이런 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면 서러워 할만한 날날이 태권도장입니다.




저는 이런 곳을 왜 보낼까요? 그것도 비싼 돈을 들여서 말입니다. 동네에는 여기말고도 더 싸고, 무술수련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도장도 많은데 말이죠. 




제가 저의 애들을 이런 날날이에다가 비용도 많이드는 태권도장에 보내는 이유는 애들이 즐거워해서 입니다.

가서 맘껏 뛰고, 게임,놀이 하고, 소리지르고, 춤추고, 친구,누나,오빠,형,동생들이랑 놀수 있기 때문에 보냅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부터 학교와 각종 학원, 그리고 그에 따른 숙제,공부에 찌든 애들에게 하루 1시간이나마 

자유롭고, 재밌고,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보냅니다. 소리지르고, 춤 추고, 뛰어다니라고 말이죠.




저의 어릴 때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 다방구, 술래잡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오징어, 땅따먹기, 짬뽕, 야구, 축구

별별 놀이를 다 하고 놀았습니다. 이런 놀이의 효과는 학술적 용어들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굳이 그런 것들을 들이대지 않아도도 아이들의 성격형성과 교우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아이들은 학교,학원, 숙제, 공부, 책, 컴퓨터, 스마트폰에 쩔어 있습니다.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그렇지만 컴퓨터,스마트폰도 남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합니다.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컴퓨터,스마트폰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무술수련이라는 스트레스까지 더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죠.

영어학원은 가기싫다해도 억지로 보낼 수 있지만, 무술도장은 그러기가 힘듦니다. 무술은 못해도 그만이고, 어차피 크면 다 잊어버립니다.영어,수학,피아노,미술학원들과 같은 수준에 놓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학교,영어,수학,과학,피아노,미술학원들과 공부,숙제에 찌든 아이들에게 하루 1시간 맘껏, 즐겁게 뛰어놀 수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가뜩이나 부족한 신체활동을 보충시키려고 보냅니다.




저의 애들이 가는 태권도 도장 관장은 심사 때 학부모들 앞에서 대놓고 말합니다. 우리 도장은 전국에서 태권도를 제일 못하는 도장이고, 제일 잘 가르칠 수 있지만, 제일 못 가르치는 도장입니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전국에서 가장 밝은 도장이고, 아이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도장이고, 그렇게 만들려고하는 도장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박수를 칩니다. 여기가 아마 우리 구에서 가장 큰 태권도장일 겁니다. 가장 비싸고, 가장 잘 됩니다.




무술도장...무술수련...극기,인내,극복...다 좋은 이야기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기술과 체력...더더욱 좋습니다. 




그런데..현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더구나 돈을 내는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일까요?




현재 무술도장이 위치한 동네의 특성과 학생, 학부모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도장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철학으로 무술도장을 운영하는 것은 관장님들의 선택이겠으나, 비싼 돈 주고 날날이 태권도장에 보내는 학부모가 왜 그런 전국에서 태권도를 제일 못하는 태권도장에 보내는지에 대해 써 봤습니다.